목사님, 참 그립습니다

목사님추모
작성자
박신영
작성일
2022-04-15 23:26
조회
427
목사님, 너무 늦게 안부를 전하네요 

부고 소식을 전해듣고 요 며칠 올라오는 목사님의 사진을 보면서 목사님과 단독으로 찍은 사진이 하나 없다는 게, 다른 사진으로나마 목사님을 그리워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은혜의 교회, 그리고 목사님의 존재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기에, 목사님의 빈자리가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네요.. 목사님과의 추억을 되짚어보면서, 깊숙이 숨겨져있던 순간들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초등학생이던 저는 어느날 집사님들이 적어놓으신 목사님의 이메일 주소를 우연히 발견하고, 대담하게도 목사님에게 이메일을 보냈었죠. 저에게 목사님은 어려운 존재였지만, 한켠으로 어린날의 저는 목사님의 삶과 생각이 궁금했었나봐요

사역 일로 바쁘실 걸 알았기에, 당연히 답장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메일을 보내놓고도 '답장을 보내주실까?' 마음을 졸였던 게 생각납니다. 하지만, 정말 뜻밖에도 목사님은 별 내용 없는 저의 이메일에 친절하게 답장을 주셨고, 그렇게 친구들에게도 비밀로 한 채 목사님과 저는 이메일 친구가 되었습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던 저에게, "신영이는 책 읽는 걸 참 좋아하는구나. 모모 라는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떻겠니?" 라고 자상하게 말씀해주시던 목사님.. 교회 일로, 사역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셨을 테지만, 저의 이메일도 소홀히 여기지 않으시고 답장해주시던 목사님

그렇게 이메일을 몇 차례 주고 받던 어느 날. 제 이메일은 주보 1면에 실리게 되었고, "이번 주 설교 말씀이 너무 좋았어요" 라고 썼던 저의 이메일을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삶의 작은 기쁨'이라고 이야기해주시던 목사님

다음 세대에 관심이 많으셨던 목사님은, 청훈학을 통해 저에게 처음으로 해외에 넓은 세계와 더욱 큰 세상이 있다라는 것을 알려주셨고

삶 자체가 예배임을 몸소 보여주셨으며

"상처는 별이 된다"라는 말씀으로 지친 삶에 늘 위로를 주셨고,

세상을 비판하기 보다는 세상을 끌어안고 기도하라는 신앙인의 모습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이렇게 목사님께 받은 것이 많은데 왜 생전에는 감사하다는 말을 한 번도 전하지 못했는 지..

천막 교회에서 현재 교회 건물로 이전할 때, 아이처럼 행복에 젖으셔서 여기저기 예배당을 설명해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교회 곳곳에 목사님의 섬세한 감성이 묻어있는데.. 목사님의 환하고 따뜻한 웃음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몇 주 전 설교 시간에 그러셨죠. "다들 참 그립습니다"라구요. 그 한 마디에 목사님의 그리움이 스크린 너머로도 절실히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었네요.  

목사님, 벌써 목사님이 참 그립습니다

생전에 설교로, 삶으로 전하시던 말씀, 늘 기억하며 은혜로 살겠습니다.  

하나님 품에서 편히 쉬세요.. 많이 보고 싶을거에요. 목사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신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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