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장애인

작성자
김상희
작성일
2024-03-24 21:56
조회
96


주인이 고용한 삯꾼은 어려운 상황에 도망침으로써 양의 손실이 발생해도 비난받지 않습니다. 양보다 사람의 목숨이 중요함을 알기 때문이지요. 삯꾼이 양을 지켜내지 못함에 대하여 악한 목자라 칭할 수 없음은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흔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직 예수님만이 자신의 생명보다 양을 더 사랑하시어 저희의 선한 목자가 되셨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키고 보호하시는 선한 목자는 좋아하지만, 목자의 주권 아래 거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시는 목사님의 말씀에 친한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절친은 세상의 기준으로 매우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고운 심성, 향기로운 언어 그리고 타고난 배려심으로 주변에 항상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그 친구를 위해 매일 기도 중이었는데 최근에 더 급한 기도를 하느라 몇 번 소홀히 한 적이 있음을 언급하고 나니 그래서 본인이 아팠노라 서운한 표정을 합니다. 자신의 입술을 열어 기도하면 어떠냐고 권면했지만 웃음으로 넘어갑니다. 믿음이 없는 지인 중 ‘기도해 줄게’라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교회 등록이나 신우회 참여를 권할 때는 한 발을 빼며 미루는 모습을 보입니다.

영적 불감증이 친구나 지인에게서만 보이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의 엄청난 십자가 사랑을 감동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에 목사님께서 안타까워하셨을까요? 영적 거장인 헨리 나우웬이 중증 장애인 아담을 정성껏 돌보았지만 정작 아담은 누구의 돌봄을 받고 있는지 알지도 깨닫지도 못했듯이 예수님의 고귀한 십자가 사랑을 통해 하나님께서 저희를 어떻게 돌보시고 사랑하시는지를 잊고 사는 때가 많았던 저 또한 영적 장애인이었습니다.

사르트르의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표현은 예수님이 찾아가신 수가성의 여인뿐만 아니라 제가 살아온 혹은 아직도 살아가고 있는 삶의 태도가 아닌가 해서 큰 찔림이 있었습니다. 수가성 여인의 문제와는 다르지만,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약점이 있어 숨기고 싶으면서도 저의 있는 모습 그대로 보아 달라고 세상을 향해 소리 없는 아우성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타인을 지옥 그 자체로 여기면서도 하나님이 아닌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갈구했던 영적 장애인이었던 저는 어쩌면 아담의 중증 장애보다 더 심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사순절을 지나며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기억하게 하시고 영적 장애를 넘어 나를 너무나 잘 아시는 선한 목자의 주권 아래 살 수 있도록 인도하시는 하나님, 목사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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