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목사님께.

목사님추모
작성자
최서영
작성일
2022-04-15 17:00
조회
640
사랑하는 목사님

봄이 왔습니다 그토록 기다리시던 봄이 왔어요.

목사님께서 계시다면 팔짱을 끼신 채로 너무 아름답지 않니~ 연애해라~ 하실 거 같은데

아직도 목사님의 모습이 너무 선합니다..

 

저는 카페 노아에서 일하게 되어 목사님을 자주 뵙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복을 누렸습니다.

제가 일하게 된 것을 너무나 기뻐하시며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 하시고, 함께 고민해주시고 1호 단골 손님이 되어 주셨습니다. 저에게 허락된 정말 큰 복이었음을 이제야 다시 깨닫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저에게 이런 남자를 만나라, 이런 가게를 차려라, 이런 스타일로 바꿔라 하셨을 때

반박 못할 정도로 너무 맞는 말이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던 경험이 많습니다. 그만큼 저에대해 잘 알고 계셨고 그만큼 관심도 많으시다는 게 그때는 왜 이렇게 사무치지 않았는지

 

목사님께 배운, 제 인생에 가장 꼭 쥐고 가야하는 가르침은, “존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물질만능주의, 자본주의 가치관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전복되지 않고, 여전히 존귀함을 붙잡을 수 있는 이유는 목사님께서 말씀으로 만이 아니라 당신의 전 삶으로, 존귀함을 제게 깊게 새겨 주셨기 때문입니다.

은혜의 교회 성도님들이라면 어떠한 사례로 설명하지 않아도 목사님의 존귀하게 대하심을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그 눈빛, 말투, 미소를 통해 존귀히 여겨짐은. 정말 세상 어떤 경험과도 바꾸고 싶지않은 마음을 가득 채우는 대접이었습니다. 멋진 말이나 값어치 있는 물질로가 아니라 목사님의 태도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존귀히 여김은 저에게 있어 항상 너무나 큰 위로이자 응원이었습니다.  

여전히 제 기억에 그날의 햇빛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는 말씀이 있습니다. 터키 성서지리때의 수가성의 여인, 우물가의 여인에 대한 설교를 해주실 때였습니다. 그날도 해가 쨍쨍했는데 우리들을 그늘가에 앉혀두고 당신은 해를 바라보신 채로 설교를 해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인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시고 그 여인에게 마르지 않는 생수를 알게 하신 말씀을 해주셨을 때 저는 그 말씀이 너무나 선하게 눈에 그려졌습니다. 왜냐면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성서지리를 가거나 함께 비전트립을 갔을 때 항상 시간을 체크하시며 하나라도 더 보게 하려고 경쾌하고 조급하게 걷는 걸음걸이를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에 예수님이 여인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보였습니다. 터키에서 목사님은 샌들을 신으셨는데, 그 발을 보며 예수님 발이 딱 저러셨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먼지 투성이가 된, 언제 긁혔는지 모르는 작은 상처들이 난 발. 아무것도 아닌, 사회적으로 오히려 경멸당하던 여인이 너무나 존귀하기에 서둘러 걸음을 하던 예수님의 발.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너무 기대되지 않니? 그렇게 한순간에 그 여인의 삶이 바뀐 것처럼 우리의 삶에도 그런 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 어딘가로부터 바삐 오고 계실 예수님을 생각하면 너무 설레지 않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저는 제가 성서지리에 들고 갔던 염려과 걱정이 기대와 설렘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이토록 존귀한데, 존귀한 나를 위해 하나님이 일하시는데 뭐가 두려울까. 하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왜 이런 고난을 주시는지 어떻게 나에게, 목사님 가정, 우리 교회에 이리도 켜켜이 고난을 쌓으시는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목사님을 통해 배운 분명한 사실은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목사님께서 겪고 통과하신 고난들이 우리 교회에 복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목사님께서 암을 앓으시고 짙어 졌던 기도와 간구를 기억합니다. 사모님께서 코로나를 겪으시고는 코로나 키트가 각 집으로 보내졌습니다.

이것이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상처는 별이 된다."의 삶의 모습이겠지요.

이제 정말 목사님 뒤를 따라 걷습니다. 우리는 경험해보았습니다. 특히 성서지리에서 인파가 많고 시끄러운 곳에 가거나 험한 길을 갈 때, 바짝 붙어 따라오세요! 라고 하시며 앞서 나가는 목사님을 병아리마냥 따라가던 경험입니다. 목사님, 그 삶을 바짝 붙어 따라갑니다. 노이즈가 많고 험한 이 세상 속에서 목사님을 잃지않고 그 삶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저도 목사님께서 마지막으로 말씀을 남기실 수 있으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감히 얘기하면 저는 정말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존귀한 성도 여러분

은혜로 살아왔고 은혜로 살아갑니다. 여러분도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사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십시오.

그리고 이 또한 귀에 선해 생각해보니 매년 교회 창립기념예배때마다 들어온 말씀이었습니다. 목사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또 저에게도 목사님께 제 마음을 전할 기회들을 만들어 주셔서 너무 다행이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불꽃 같은 삶을 사신 목사님.

봄눈이 흐드러지는 이 계절, 나의 인생 가장 큰 별이었던 목사님을 보냅니다.

목사님을 너무나 사랑하는 최서영 드림

전체 1

  • 2022-04-15 17:31

    목사님이 천국에서 이 글을 읽으시면서
    무척이나 감동 받으실듯 하네

    우리 서영이 ...
    대견하다 고맙다... 그러시겠지
    예수님의 발을 닮은
    목사님의 발 사진이 너무 가슴이 뭉클하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