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부 일본 비젼 트립 - 초보 여행기
작성자
이승권
작성일
2024-10-13 20:37
조회
507
저는 초보 사랑부교사이고, 아래 여행기는 지난주 월 ~ 수, 사랑부에서 다녀온 일본 비젼트립을 일자별로 교사 카톡방에 올린 내용입니다. 영훈이를 비롯 이름만 있는 경우는 사랑부 학생이고, 누구쌤이라고 호칭된 경우는 사랑부 교사입니다. 내용이 길면 SL 님이 안읽는다고 하셨는데, 읽으시고 사랑부를 위해 기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비젼트립 초짜 여행기 - 1일차]
5시 즈음에 도착해서는 영훈이가,
‘쌤 저 일본은 안가요. 미국갈래요’
‘일본 안 가, 나가사키가지’
‘나가사키도 안 가요’
‘그럼 나가사키말고 후쿠오카가자’
‘후쿠오카도 안 가요, 집에 갈래요’
‘도대체 왜 그러냐’
‘태권도 도복을 누가 찢어 버린다고 해서, 집에 가야 돼요’
출발 버스 안에서 기어코 아버지와 전화연결해 영훈이 교회 출근복인 태권도 도복을 누구도 손 못되게 잘 놔둔다는 확답을 받고서는 일본행을 승인했습니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 생각이 들었지만 순성쌤의 ‘아..누가 비젼트립 가이드 북 못 보셨나요?’ 외마디도 기철쌤의 새벽 로켓배송 덕에 풀칠 갱신으로 더 두꺼워진 그 귀한 가이드 책자를 받을 수 있었고, 재중이의 아찔한 상황도 그간의 기도응답에 힘입어 무사히 일본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는 숯불이 아니라 가스불이라 소고기가 낫습니다.’ 가 맞는 듯 종호쌤이 구어주신 고기를 먹고, 나가사끼로 오는 길에 쌤들의 학생들과 각자의 짙은 인생 간증으로 감동도 받았습니다. 갑자기 ‘가만 내 지갑 어디갔지? 어디다 뒀지?’ 든 생각으로 감동을 다 까먹기 전까지는요.
다행히 머리 위 선반에 두고 잊어 버린 나이탓을 하다, 저도 30여년 전 사놓고 이번에 읽은 일본 카톨릭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침묵’ 의 내용을 목사님 설교로 감사하게 곱씹을 즈음 ‘내 핸드폰? 평화의 공원 화장실에..’ 옆에 혜선쌤의 당황한 얼굴을 보며 ‘이 분도 나이가..’
저녁에 쿠우쿠우같은 초밥만 먹다 화로의 불을 피어 샤브샤브를 먹는 다름 쌤들을 보며 ‘나도 낼 저녁에는 저걸 먹어야 겠다.’ 라고 생각했고, 온천물이 더 뜨거웠으면 좋겠다고 탕 속에서 홍성오쌤께 말했다가 ‘괜찮은데요’ 듣고 올라와, 코고는 일본가기 싫어하는 영훈이 베개를 만져주고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낼 뵙겠습니다.
[비젼트립 초짜 여행기 - 2일차]
2일차라고 일승관 주변이 눈에 들어오고, 간밤에 코곤 에피소드를 나누며 ‘하우스텐보스’로 출발하는 2호차에 다시 탔습니다. 목사님과 SL님은 1호차로 가시고, ‘오늘 수업없다’ 학교때 반장이 담임쌤 대신하던 조례처럼 들뜬 테션에 한빛이 주도로 메들리 찬송으로 분위기가 고조되다 범석이의 ‘급똥’ 으로 진정되었다가 다시 자음 두 음절 퀴즈에 무슨 인생을 걸다시피한 중년쌤들의 핏대 겨루기로 목이 쉴 때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키톡에 뜬 나노버젼같은 좁쌀만한 하우스텐보스 지도를 보고 알아서 자유롭게 5시까지 교제하라니, SL님도 ‘저도 모르겠어요..’ 하시던데. 그래서 정현쌤만 밀어 부쳤습니다, ‘조장님만 따라 갈게요’. 제임스 딘 못지않은 반항기의 태원이를 한 손으로 붙들고, 조원들 점심을 어떻게든 먹일려고 수능 못지않은 집중력으로 기어이 개성 강한 조원들 손에 각각의 밥상을 받게 해주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는 물쇼를 보고나서는 ‘쇼가 뭔 말이래요?’ 했더니 여차여차한 대답 내용이 번역기로 들은 쌤의 설명과 일치하는 걸로 보고 ‘눈치밥이 저 정도는 돼야 조장하는구나.’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어디 자판기 안마의자라도 있었으면 하던 차에, 대신 10분 이상 도는 관람차 안에서 미라쌤과 한별이와 영훈이와 제가 어색하지만 티 안낼려고 애쓰면서 쉬었고, 나가는 길에 영훈이, 효경이를 핑게삼아 집사람도 찍고, 머쩍어서 ‘성남씨~’ 부르는 영섭쌤 부부 사진도, 래형쌤 프사도 찍어드렸습니다.
호텔로 오는 길에 허리를 접지른 키만 큰 영미쌤, 그리고 득달같이 달려가는 형화쌤, 향숙쌤 등을 보면서 사랑부에 새겨진 주님의 낙인을 보았고, 혜선쌤과 아들의 영상통화를 엿듣다가 어린 하진이의 목소리에서 배고픔보다 더한 엄마고픔을 느꼈고, 혜선쌤의 애잔한 그리움도 봤습니다. 비젼트립의 성공이 현지의 수고에 더해 두고 온 곳의 아픈 헌신도 더해진 것 같았습니다.
여기까지 은혜로 마무리가 되는가 싶었는데, 어째 흔쾌히 간다는 영훈이까지 데리고 승혁이 하고 온천하러 내려갔더니, 아침에 넘겨던 목사님 말씀를 이 밤에 발가벗어 숨김없는 탕 안에서 하고 계신 겁니다. 눈치를 보니 이랑쌤은 후딱 샤워끝내고 나가고 있고, 홍성오쌤은 저 뒤에 상혁이 씻기고 계시고, 오전에 자음 두 음절 퀴즈에 보탬이 미흡했던 종호쌤만 자책때문인지 라떼 대표로 응대하고 계셨습니다. 속으로 ‘나갈까? 홍성오쌤옆으로 자연스럽게 가?’ 하는데, 목사님께서 ‘승권쌤은 오늘은 얼굴이 많이 풀리셨네요. 어제는 많이 굳어 계신더니..' 하시며 은혜로운 설교를 마무리하셨습니다. 낼 뵙겠습니다.
[비젼트립 초짜 여행기 - 3일차 마지막]
연이은 코골이로 잠은 설쳤지만 아침에 애들 씻기고 집에 갈 옷갈아 입히고, 대충 애들짐 제짐 캐러어에 쑤셔넣고 밥까지 먹어 출발 전까지 시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일승관 앞에서 사진을 한방씩 찍어 주었습니다. 나가사끼 여러 명소도 좋지만 일승관 야경은 정말 멋졌고, 아침에 멀리 윤곽을 보이는 메가미 대교 배경도 괜찮았습니다. 모자란 잠은 후쿠오카 가는 버스 안에서 자면 될 것 같아서요. 그런데 1호차가 아닌 2호차에 목사님과 SL님이.. ‘잠은 다 잤구나. 간증해야 하는데..’
농익은 관록에 이틀간 나가사키 순교자들 못지 않은 비젼트립 경험으로 쏟아내는 쌤들의 학생 사랑과 녹록치 않은 개인 인생사를 듣는 몰입감땜에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옆에 혜선쌤, 그 앞줄에 형화쌤, 뒷줄에 향숙쌤, 그 뒷줄에 미라쌤, 줄줄이 눈물 닦을 휴지를 빌리는 상황에 민망해서라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쌤들과 집사람의 맺힌 기도와 부르짖음이 그 순간 주님께 상달되었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잠깐 잤습니다.
캐널 시티에 가서는 영훈이가 졸라대는 캐릭터 뭔가를 사야 한다는 생각에 시간에 쫓겨 희정쌤따라 오무라이스를 주문했는데 양이 적었습니다. ‘일본은 이러 거 시킬 때도 라지 스몰로 시키나?’, 음료수는 콜라대신 환타를 먹고 싶어 메뉴를 뒤적거리는데 옆자리 영미쌤이 레몬 들어간 무슨 음료수가 환타라고 시켰더니 소다수에 레몬조각 한 개 달랑 꽂혀 있었습니다. ‘정말 키만 크신 건가?’
공항에 도착할 즈음에 SL님이 ‘마지막날이 더 중요합니다. 긴장의 끈을 놓치 마시고요. 부모님께 인계할 때 까지요.’ 가 무섭게 우리 아이들 몇이 감정을 끈을 순간 놓쳤습니다. 전광석화였습니다. 래형쌤은 노구를 던져 아이 한 팔을 잡으시고, 금옥쌤은 밖에서는 쉰소리 하나 듣지 않을 원장이신데 인내하시고. 재중의 도착장 피날레까지 그렇지 않아도 마른 성은쌤의 관자놀이는 출국 전에 비해 더 뚜렷해진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께 애들 손을 넘겨 드리기까지 비젼 트립의 끝인 것처럼 매순간 주님의 눈길이 지켜주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은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으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왕에 마지막으로 저의 못다한 쑥스러은 고백이 있습니다. 일본 비젼 트립 전에 집사람이 백팩이 필요하다고 해서 근처 아울렛에 갔습니다. 마침 핸드백과 같은 디자인의 백팩 두 개 이월상품을 보더니 큰 거를 고르는 겁니다. ‘아니 매고 다닐 건데 작은 걸로 하지? 그게 더 어울려’, ‘아니 큰 거 살거야, 당신 앞으로 힘들게 하면 나가버릴거니까 큰 게 필요해’. 갱년기와 나이들어 이런저런 걱정이 많은데 제가 잘못한 게 쌓인 것 같습니다. 이번 비젼트립으로 저도 조금은 철이 들었길 바랍니다. 혹시 주일이나 교회행사 이외에 이 알록달록한 백팩을 맨 우리 집사람을 보거든 안아주고 위로해 주시고, 제 흠결은 공감하시되 달래서 집에는 돌려보내주세요.
(영훈이와 일승관 앞에서)
[비젼트립 초짜 여행기 - 1일차]
5시 즈음에 도착해서는 영훈이가,
‘쌤 저 일본은 안가요. 미국갈래요’
‘일본 안 가, 나가사키가지’
‘나가사키도 안 가요’
‘그럼 나가사키말고 후쿠오카가자’
‘후쿠오카도 안 가요, 집에 갈래요’
‘도대체 왜 그러냐’
‘태권도 도복을 누가 찢어 버린다고 해서, 집에 가야 돼요’
출발 버스 안에서 기어코 아버지와 전화연결해 영훈이 교회 출근복인 태권도 도복을 누구도 손 못되게 잘 놔둔다는 확답을 받고서는 일본행을 승인했습니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 생각이 들었지만 순성쌤의 ‘아..누가 비젼트립 가이드 북 못 보셨나요?’ 외마디도 기철쌤의 새벽 로켓배송 덕에 풀칠 갱신으로 더 두꺼워진 그 귀한 가이드 책자를 받을 수 있었고, 재중이의 아찔한 상황도 그간의 기도응답에 힘입어 무사히 일본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는 숯불이 아니라 가스불이라 소고기가 낫습니다.’ 가 맞는 듯 종호쌤이 구어주신 고기를 먹고, 나가사끼로 오는 길에 쌤들의 학생들과 각자의 짙은 인생 간증으로 감동도 받았습니다. 갑자기 ‘가만 내 지갑 어디갔지? 어디다 뒀지?’ 든 생각으로 감동을 다 까먹기 전까지는요.
다행히 머리 위 선반에 두고 잊어 버린 나이탓을 하다, 저도 30여년 전 사놓고 이번에 읽은 일본 카톨릭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침묵’ 의 내용을 목사님 설교로 감사하게 곱씹을 즈음 ‘내 핸드폰? 평화의 공원 화장실에..’ 옆에 혜선쌤의 당황한 얼굴을 보며 ‘이 분도 나이가..’
저녁에 쿠우쿠우같은 초밥만 먹다 화로의 불을 피어 샤브샤브를 먹는 다름 쌤들을 보며 ‘나도 낼 저녁에는 저걸 먹어야 겠다.’ 라고 생각했고, 온천물이 더 뜨거웠으면 좋겠다고 탕 속에서 홍성오쌤께 말했다가 ‘괜찮은데요’ 듣고 올라와, 코고는 일본가기 싫어하는 영훈이 베개를 만져주고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낼 뵙겠습니다.
[비젼트립 초짜 여행기 - 2일차]
2일차라고 일승관 주변이 눈에 들어오고, 간밤에 코곤 에피소드를 나누며 ‘하우스텐보스’로 출발하는 2호차에 다시 탔습니다. 목사님과 SL님은 1호차로 가시고, ‘오늘 수업없다’ 학교때 반장이 담임쌤 대신하던 조례처럼 들뜬 테션에 한빛이 주도로 메들리 찬송으로 분위기가 고조되다 범석이의 ‘급똥’ 으로 진정되었다가 다시 자음 두 음절 퀴즈에 무슨 인생을 걸다시피한 중년쌤들의 핏대 겨루기로 목이 쉴 때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키톡에 뜬 나노버젼같은 좁쌀만한 하우스텐보스 지도를 보고 알아서 자유롭게 5시까지 교제하라니, SL님도 ‘저도 모르겠어요..’ 하시던데. 그래서 정현쌤만 밀어 부쳤습니다, ‘조장님만 따라 갈게요’. 제임스 딘 못지않은 반항기의 태원이를 한 손으로 붙들고, 조원들 점심을 어떻게든 먹일려고 수능 못지않은 집중력으로 기어이 개성 강한 조원들 손에 각각의 밥상을 받게 해주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는 물쇼를 보고나서는 ‘쇼가 뭔 말이래요?’ 했더니 여차여차한 대답 내용이 번역기로 들은 쌤의 설명과 일치하는 걸로 보고 ‘눈치밥이 저 정도는 돼야 조장하는구나.’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어디 자판기 안마의자라도 있었으면 하던 차에, 대신 10분 이상 도는 관람차 안에서 미라쌤과 한별이와 영훈이와 제가 어색하지만 티 안낼려고 애쓰면서 쉬었고, 나가는 길에 영훈이, 효경이를 핑게삼아 집사람도 찍고, 머쩍어서 ‘성남씨~’ 부르는 영섭쌤 부부 사진도, 래형쌤 프사도 찍어드렸습니다.
호텔로 오는 길에 허리를 접지른 키만 큰 영미쌤, 그리고 득달같이 달려가는 형화쌤, 향숙쌤 등을 보면서 사랑부에 새겨진 주님의 낙인을 보았고, 혜선쌤과 아들의 영상통화를 엿듣다가 어린 하진이의 목소리에서 배고픔보다 더한 엄마고픔을 느꼈고, 혜선쌤의 애잔한 그리움도 봤습니다. 비젼트립의 성공이 현지의 수고에 더해 두고 온 곳의 아픈 헌신도 더해진 것 같았습니다.
여기까지 은혜로 마무리가 되는가 싶었는데, 어째 흔쾌히 간다는 영훈이까지 데리고 승혁이 하고 온천하러 내려갔더니, 아침에 넘겨던 목사님 말씀를 이 밤에 발가벗어 숨김없는 탕 안에서 하고 계신 겁니다. 눈치를 보니 이랑쌤은 후딱 샤워끝내고 나가고 있고, 홍성오쌤은 저 뒤에 상혁이 씻기고 계시고, 오전에 자음 두 음절 퀴즈에 보탬이 미흡했던 종호쌤만 자책때문인지 라떼 대표로 응대하고 계셨습니다. 속으로 ‘나갈까? 홍성오쌤옆으로 자연스럽게 가?’ 하는데, 목사님께서 ‘승권쌤은 오늘은 얼굴이 많이 풀리셨네요. 어제는 많이 굳어 계신더니..' 하시며 은혜로운 설교를 마무리하셨습니다. 낼 뵙겠습니다.
[비젼트립 초짜 여행기 - 3일차 마지막]
연이은 코골이로 잠은 설쳤지만 아침에 애들 씻기고 집에 갈 옷갈아 입히고, 대충 애들짐 제짐 캐러어에 쑤셔넣고 밥까지 먹어 출발 전까지 시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일승관 앞에서 사진을 한방씩 찍어 주었습니다. 나가사끼 여러 명소도 좋지만 일승관 야경은 정말 멋졌고, 아침에 멀리 윤곽을 보이는 메가미 대교 배경도 괜찮았습니다. 모자란 잠은 후쿠오카 가는 버스 안에서 자면 될 것 같아서요. 그런데 1호차가 아닌 2호차에 목사님과 SL님이.. ‘잠은 다 잤구나. 간증해야 하는데..’
농익은 관록에 이틀간 나가사키 순교자들 못지 않은 비젼트립 경험으로 쏟아내는 쌤들의 학생 사랑과 녹록치 않은 개인 인생사를 듣는 몰입감땜에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옆에 혜선쌤, 그 앞줄에 형화쌤, 뒷줄에 향숙쌤, 그 뒷줄에 미라쌤, 줄줄이 눈물 닦을 휴지를 빌리는 상황에 민망해서라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쌤들과 집사람의 맺힌 기도와 부르짖음이 그 순간 주님께 상달되었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잠깐 잤습니다.
캐널 시티에 가서는 영훈이가 졸라대는 캐릭터 뭔가를 사야 한다는 생각에 시간에 쫓겨 희정쌤따라 오무라이스를 주문했는데 양이 적었습니다. ‘일본은 이러 거 시킬 때도 라지 스몰로 시키나?’, 음료수는 콜라대신 환타를 먹고 싶어 메뉴를 뒤적거리는데 옆자리 영미쌤이 레몬 들어간 무슨 음료수가 환타라고 시켰더니 소다수에 레몬조각 한 개 달랑 꽂혀 있었습니다. ‘정말 키만 크신 건가?’
공항에 도착할 즈음에 SL님이 ‘마지막날이 더 중요합니다. 긴장의 끈을 놓치 마시고요. 부모님께 인계할 때 까지요.’ 가 무섭게 우리 아이들 몇이 감정을 끈을 순간 놓쳤습니다. 전광석화였습니다. 래형쌤은 노구를 던져 아이 한 팔을 잡으시고, 금옥쌤은 밖에서는 쉰소리 하나 듣지 않을 원장이신데 인내하시고. 재중의 도착장 피날레까지 그렇지 않아도 마른 성은쌤의 관자놀이는 출국 전에 비해 더 뚜렷해진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께 애들 손을 넘겨 드리기까지 비젼 트립의 끝인 것처럼 매순간 주님의 눈길이 지켜주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은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으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왕에 마지막으로 저의 못다한 쑥스러은 고백이 있습니다. 일본 비젼 트립 전에 집사람이 백팩이 필요하다고 해서 근처 아울렛에 갔습니다. 마침 핸드백과 같은 디자인의 백팩 두 개 이월상품을 보더니 큰 거를 고르는 겁니다. ‘아니 매고 다닐 건데 작은 걸로 하지? 그게 더 어울려’, ‘아니 큰 거 살거야, 당신 앞으로 힘들게 하면 나가버릴거니까 큰 게 필요해’. 갱년기와 나이들어 이런저런 걱정이 많은데 제가 잘못한 게 쌓인 것 같습니다. 이번 비젼트립으로 저도 조금은 철이 들었길 바랍니다. 혹시 주일이나 교회행사 이외에 이 알록달록한 백팩을 맨 우리 집사람을 보거든 안아주고 위로해 주시고, 제 흠결은 공감하시되 달래서 집에는 돌려보내주세요.
(영훈이와 일승관 앞에서)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