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넘어서 (주일 목사님 말씀을 듣고)

작성자
윤휘종
작성일
2021-04-11 22:05
조회
8419
안녕하십니까? 윤휘종입니다. 오늘 목사님 주일 예배 말씀을 듣고 느낀 점을 간략히 나누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오늘 바울이 3차 전도여행을 마친 후, 예루살렘에 도착했을 때, 유대인에게 붙잡히고, 천부장에 의해 결박당하는 장면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바울은 로마에 복음을 전하길 갈망했습니다. "내가 거기 갔다가 후에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행19:21). 그러나 바울은 쇠사슬에 묶인 채로 로마로 끌려가게 됩니다. "이에 천부장이 가까이 가서 바울을 잡아 두 쇠사슬로 결박하라 명하고"(행21:33).

바울은 유대인에게 거의 맞아 죽을 뻔하지만, 하나님의 섭리로 천부장에게 붙잡혀 다행히도 목숨을 부지합니다. 하나님의 역사였지만, 멋지고 화려하게 역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바울의 모습은 패자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눈에 패배로 보이지만, 하나님의 시선으로는 승리의 역사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전 세계의 심장인 로마를 통해 복음이 전 세계로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보기에 좋고, 기적이라 말할 수 있고, 자랑할 수 있는 역사만이 하나님의 역사는 아닙니다. 성공 신화만이 하나님의 역사가 아닙니다. 작고 초라해보일지라도, 가시밭길을 걸을지라도, 그 이면에는 하나님의 역설, 십자가의 역전이 담겨있습니다. 많은 성경의 인물들의 삶이 이것을 증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낙관전인 생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합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많은 분들이 희망을 꿈꾸며 위기를 버티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이번 봄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내년에는 상황이 나아지겠지..." 그러나 오히려 이런 희망이 고통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따르면, 막연한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 수용소에서 가장 일찍 죽었다고 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만 지나면 전쟁이 끝나겠지..." 그러나 막상 크리스마스가 지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자, 좌절하며 고통 속에 죽어갔다고 합니다.

우리는 간절히 기도할 때, 자연스럽게 희망을 품기 쉽습니다. "이렇게 고생하고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좋게 해결해주시겠지..." 그러나 상황은 변하지 않고, 도리어 절망하기 쉽습니다. 저도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희망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 시간이 흐르고 나면, 내가 원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기다리고 인내하면 언젠간 하나님의 때가 오겠지?" 그러나 상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

빅터 프랭클은 말합니다. "사람은 낙관적인 생각이 아니라, 의미가 있을 때 살 수 있다." 이것이 그의 로고 테라피의 요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시밭길에서 꽃길을 걷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가시밭길을 걸을지라도, 그 속에서 기도로, 무릎으로, 은혜 안에서 살아가는 현장입니다. 삶의 어려움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보다 코로나 종식이 더 멀리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주님 앞에서, 말씀 앞에서 무릎 꿇는 현장은 존귀합니다.

하나님 없이는 안 되는 삶, 그 현장 속에 하나님의 반전, 역설이 담겨있습니다. 진정한 희망이란 막연한 낙관이 아닌, 하나님의 역설을 바라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자아는 버리고, 가시밭길에서도 기도하며, 그 이면에 십자가의 역전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오늘을 존귀히 살아가길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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