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이 된 형제, 자매님에게 보내는 편지

일반
작성자
윤휘종
작성일
2021-01-20 09:25
조회
685

20살이 된 형제, 자매님에게.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여, 코로나 수능을 치룬 형제, 자매님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뿌린 눈물의 씨앗은 더욱 복된 열매로 돌아올 것입니다.

현재 입시 결과가 나온 분들도 계시고, 아직 결과를 기다리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누군가는 결과에 만족하고, 다른 누군가는 결과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위인이 아닌, 범인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가진 작은 경험이라도 여러분에게 보태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예전에, 저도 수능을 치뤘을 때, 목사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오늘을 살아라." 입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누군가는 벌써 망연자실한 채 재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재수를 권하지 않으셨습니다. 갈 수 있는 대학에서 보내는 1년이 재수로 보내는 1년의 기회비용보다 훨씬 값지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저도 목사님의 생각에 동의하며, 여러분에게 "지금 여기를 살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명지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명지대학교는 제가 지원한 대학 중 커트라인이 가장 낮은 대학이었고, 제가 가장 지원하기 싫었던 학교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입학 후, 명지대학교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명지대학교가 소위 좋은 대학이라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명지대학교가 저에게 잘해줘서 그랬을까요? 모두 아닙니다. 제가 명지대를 자랑스러워하고 명지대학교에서 최선을 다한 이유는 바로 하나님께서 저를 명지대학교로 보내셨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명지대학교에서는 특이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두 부류로 나뉩니다. 정말 열정적으로 대학생활을 하여, 명문대학교 학생 부럽지 않게 능력을 쌓는 학생도 있는 반면, 전혀 대학생활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간신히 졸업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양 극단으로 학생들이 나뉩니다. 그 두 부류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학교 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다니는 학생의 수능 성적이 높고, 그렇지 않는 학생의 수능 성적이 낮을까요? 수능 성적이 그 두 부류를 나누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학교 생활에 열심이 없는 학생들은 대부분 "내가 모의고사로는 서강대를 갈 수 있었다"라는 둥 과거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현재를 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모범적인 대학 생활을 보내는 학생들은 수능 성적은 낮지만,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현재를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비결은 자신이 있는 공간과 시간을 사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시로는 명지대학교에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수능 성적을 받았습니다. 저는 수학포기자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수학포기자는 곧 대학포기자를 의미합니다. 면접과 검정고시 성적을 합산하여 수시로 명지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수능 성적이 낮지만, 우수한 학점으로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저는 현재를 살았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수업 시간, 학회 토론 시간에도 저는 순간을 살았습니다. 매 수업 시간마다 앞자리에 앉아서 교수님 말씀을 경청하고, 오피스아워를 활용해 빈번히 교수님께 질문을 던지고, 글쓰기 센터에 찾아가 제 글을 퇴고받았습니다.

좋은 교수님, 좋은 선배님을 만나 독해와 논술, 그리고 영어와 독일어 실력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2년간 학보사 생활을 하며, 글쓰기 실력도 향상되고 서울권대학학보사연합회 주관으로 대선주자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특히 저는 당시 명대신문 대표로 안희정과 심상정의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좋아하는 철학 공부를 하며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명지대학교에서의 만남과 경험은 정말 소중했습니다.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길이 막혔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나님께서는 또 다른 길을 여시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그곳에서의 경험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유일한 경험이었고 저를 성장시킨 경험이었습니다. 다른 경우의 수를 말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일어나지 않은 망상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입시 결과에 좌절하고 계십니까? 낙담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가게 될 캠퍼스와 직장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곳입니다. 그곳에는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이 놓여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그 길을 인도하실 것입니다. 어떤 만남의 축복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 기회를 잡거나 놓치는 것은 여러분의 태도에 달려있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자기가 남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수능은 절대로 여러분의 능력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 수능을 못 봤다고 해서 절대 열등한 인간이 아닙니다. 다만, 자기가 잘하는 분야가 아닌 것으로부터 평가를 받았을 뿐입니다. 대학을 가든 어디를 가든 여러분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면, 분명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만약 철학이 아닌, 경제학 혹은 법학에서 활동했다면 저는 꼴등일 것입니다. 그러나 철학에서 저는 일등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 수석을 차지한 학기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길을 걸으십시오.

목사님의 가르침, 복음의 가르침 아래에서 성장한 다음 세대는 분명히 세계적인 엘리트와 겨뤄도 밀리지 않을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실력은 머리가 아닌, 태도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격이 곧 실력입니다. 세상은 예수님의 인격, 성령님의 성품을 소유한 자를 감당하지 못 합니다. 복음 안에서 거룩성을 유지한다면, 어떤 일을 하든지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제 메세지는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1) 지금, 여기를 살아라. 

(2) 자기 자신으로 살아라. 

(3) 복음 안에서 살아라.

눈부시게 빛날 여러분의 미래를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2021년 1월 20일(수) 송도청년부 윤휘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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