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를 위한 글쓰기 특강

작성자
윤휘종
작성일
2021-02-23 10:03
조회
1425
다음 세대를 위한 글쓰기 특강. -윤휘종-

글쓰기란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행위로서 사회에서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그러나 SNS가 발달하면서, 다음 세대는 논리적 비약이 심한 짧은 문장으로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SNS에서 나타나는 글의 특징은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글이 주류를 이룹니다. 그리고 영상매체의 발달로 다음 세대의 문해력이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긴 글을 읽는 것조차 꺼려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다음 세대는 자신의 사고를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글로 표현하기를 버거워합니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글은 '논리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힘이 센' 글입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글은 무엇이고, 어떻게 연습해봐야 할까요? 본 글에서는 부족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그동안 제가 배우고 터득한 글쓰기의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좋은 글이란 구조를 갖춘 글

우리는 주장하는 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좋은 글이라 부릅니다. 그렇다면, 좋은 글이란 구조를 갖춘 글입니다. 왜냐하면 논리적으로 일관된 구조를 갖춘 글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분명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일종의 건물을 짓는 작업과 동일합니다. 소설에도 기승전결이 있듯이, 논증문에도 구조가 있습니다. 반면에, 글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성되어, 아무런 구조를 갖추지 못한다면, 독자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혀 파악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글의 구조를 어떻게 세우느냐"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논증문의 구조는 크게 서론, 본론, 결론으로 이뤄져 있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서론입니다. 서론에서 글의 구조가 일목요연하게 보여야 합니다. 서론만 완성한다면, 글 전체를 완성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그러면, 서론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야 하는가? 서론에 3가지가 꼭 필요한데, 그것은 주제, 문제(질문), 주장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문제입니다. 대부분 주제는 잘 담지만, 문제를 주로 빠트립니다. 대학원생들조차 '문제' 없이 서론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가 없다면, 글을 전개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논증문이란 곧 문제에 대해 답하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없는 글은 방향성이 없는 글입니다. 만약 글에 문제가 없이 주제만 있다면, 그 글에는 그 주제와 관련한 아무 말이나 담기게 될 것 입니다. 문제는 글에서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글을 쓰면서 '아, 지금 내가 쓰는 문장이 이 글의 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나?' 끊임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문제와 관련이 없는 문장은 과감히 삭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글이 산으로 갑니다. 서론에 문제를 적은 후, 그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간략히 적는다면, 독자는 글이 전개될 방향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다음 세대가 글을 쓸 때, 서론에 문제를 담는 것이 어렵다면, 글을 읽으면서 글 속에 담긴 문제의식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될 것입니다. 본론에는 주장에 합당한 근거를 채우고, 결론에는 나의 주장을 통해서 기대되는 바, 혹은 지금까지의 논의를 간략히 정리만 해도 괜찮습니다. 글의 구조를 완성했다면, 다음 단계로 '어떻게 문장을 작성할 것인가'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2. '3C'를 기억하자. 

글쓰기에서 기억해야 할 세 가지 'C'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Coherence(응집력), Consistency(일관성), Correctness(정확성)입니다. 응집력이란 문장과 문장 사이의 논리적 연결도를 뜻합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가 논리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글은 설득력이 있는 좋은 글입니다. 응집력이 높은 글은 마치 우리나라 쌀처럼 끈끈하게 문장들이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된 글이고, 응집력이 낮은 글은 마치 베트남 쌀처럼 문장들이 아무런 논리적 연결 없이, 서로 흩어져 있는 글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전개할 때, 최대한 문장들을 긴밀히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관성이란, '한 문장이 혹은 한 문단이 전체 글의 주제와 일치하는가'의 여부와 관련합니다. 만약 그 문장이 혹은 그 문단이 전체 글의 주제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 문장 혹은 문단은 글의 일관성을 해칠 것이고, 따라서 빼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정확성이란 표현과 관련합니다. 아무리 글의 구조가 좋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응집력이 높고, 모든 문장이 글 전체의 주제와 일치하는 일관성 있는 글이라고 하더라도, 오타가 많거나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 불일치한다면, 그 글은 성의 없는 글로 전락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응집력 있고, 일관되고, 정확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3. 다른 사람의 글을 혹은 강의를 요약하라. 

글쓰기는 수영과 같습니다. 백 날 수영 이론을 책으로 공부한다고 해서 수영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실제로 물 속에 들어가야 수영 실력이 향상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글을 많이 써봐야 글쓰기 실력이 올라갑니다. 저는 글쓰는 연습으로, 요약만큼 중요한 연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글감이 없어서 막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약을 한다면,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재료 삼아서, 글의 구조를 만들어보는 법, 글을 전개하는 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철학과에서 글쓰기 훈련으로 요약을 많이 시킵니다. 요약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은 요약은 '발췌'가 아닌, '발제'라는 것입니다. 발췌와 발제는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릅니다. 발췌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빠짐없이 그대로 받아 적는 것입니다. 발췌를 할 때는 대상의 내용을 왜곡하면 안 됩니다. 내용을 왜곡하는 순간, 그 글은 발췌가 아닙니다. 발췌는 마치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된 녹취록처럼 녹취된 대화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적어내려 가는 것입니다.

반면에, 발제는 다른 사람의 글이나 말을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발제는 나의 사고를 한 번 거쳐서 다른 사람의 글이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죠. 타인의 글이나 말을 재구성하는 것이 발제입니다.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발제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구조를 세우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강의를 발제할 때, 발제하는 사람은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맞게 주제를 더 좁힐 수 있고, 본인이 핵심이라 생각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글을 작성합니다. 그러므로 발제는 남의 글이 아닌, 자신의 글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개념틀을 한 번 거쳐서 재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발제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글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목사님 말씀을 요약하는 습관을 들였는데, 이 습관 덕분에 글쓰기 실력이 상당히 향상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다음 세대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다음 세대에게 목사님 말씀을 요약하는 연습부터 시킬 것입니다.

대학생들도 교수님의 수업 내용을 요약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따로 시험 기간에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요약은 내용 파악을 더욱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내가 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 한다면, 글을 요약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귀로만 말을 듣거나 글을 눈으로만 읽었을 때는 이해했는지, 이해 못 했는지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지나쳤던 내용도, 요약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되고, 요약하기 위해서 모르는 내용을 이해하고자 시도하게 됩니다. 매 수업 시간마다, 복습 차원에서 강의 내용을 요약한 사람은 요약한 내용을 그대로 답안으로 작성하기만 하면 됩니다. 요약하는 과정에서 강의 내용이 이해되기에, 쉽게 강의 내용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요약할 때, 조언을 드리자면, 요약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넣느냐'보다 '무엇을 빼느냐'입니다. 모든 내용을 다 받아적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판단할 때, 주제와 논리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내용은 과감하게 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글의 전개가 자연스럽습니다. 또한, 요약된 내용의 질은 자신의 배경 지식에 달려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만약 제가 철학 전공 수업이 아닌, 경제학 전공 수업을 요약한다면, 저는 요약을 잘 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기본적인 용어도 모르고, 무엇이 중요한 내용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저는 배경 지식이 있는 철학 전공 수업을 경제학 전공 수업보다 더 잘 요약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잘 요약하기 위해서는 꼭 수업 내용을 예습해야 합니다. 하루 하루 꾸준히 강의 내용을 요약한다면, 학기 말에 나만의 책 한 권이 나와있을 것입니다.


대학 입학을 위한 논술 시험에서 요구하는 능력도 위의 내용과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논술 시험에서도 중요한 것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가'입니다. 우선 주어진 지문을 읽고, 지문의 문제(질문)와 주장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필자의 근거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독해력과 관련됩니다. 이와 같이 글을 독해한 후, 구조를 갖춰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한다면, 그 답안은 좋은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만약 논술 시험에서 서론에 구조를 갖춘 글을 작성한다면, 평가자인 대학 교수는 깜짝 놀랄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학교 4학년 학생도 그렇게 글을 쓰기 어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글쓰기란 없습니다. 다만, 고쳐쓰기만 있을 뿐입니다. 매일 한 문장을 쓰더라도 꾸준히 쓰고 꾸준히 고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쓰기는 마치 근육 운동 같아서 연습할수록 실력이 늘지만, 놓아버리면 다시 실력이 떨어집니다. 매일 조금씩 연습한다면, 언젠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글쓰기 실력이 매우 향상되어있을 것입니다. 생각이 글을 낳고, 글은 생각을 기릅니다. 글쓰기를 통해 길러진 사고력을 바탕으로 사회 곳곳에서 발표나 토론도 잘 해내는 다음 세대가 되길 기대합니다.


*양정여고 철학과 멘토링 시간에서
전체 2

  • 2021-02-24 05:45

    진즉~ 알았더라면^^ 저도 논리적이고 설득력 강한 글을 쓸 수 있는 어른이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잘 메모했습니다^^ 늘 나눠주시고 배워서 함께하시는 형제님 감사합니다


    • 2021-02-25 06:14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처음에 요약을 어려워 한다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글의 '주제', '문제(질문)' '주장'을 찾고 책 여백에 간단히 적어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독서를 하면서 이러한 연습을 해본다면, 책의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사고력도 함께 길러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