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열매

작성자
김지은J
작성일
2020-04-07 11:16
조회
505
저는 약사입니다

약국에서 일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친한 약사님께서 코로나로 인해 업무가 너무 많아져서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요청하셔서 일주일에 2-3번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첫 날 약국에 가서 대용량 마스크를 2매씩 소분하며 속으로 ‘난 고급인력?인데 이런 것 하려고 공부했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스크 판매 시간이 되어, 입고 수량보다 대기인원 줄이 더 길어지는 것 같아 마스크 구매를 하기 위해 줄을 서신 분들의 수를 새며  “안타깝게도 어르신은 못 사시겠어요. 줄 서 계셔도 구매 못 하시니 헛고생 하지 마셔요” 안내를 드렸습니다.

소리를 버럭 지르시며 노발대발 하십니다... 가까이 서 있으면 맞을 듯한 분위기라 얼른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 어르신께서 화를 쉽게 가라앉히지 않으셔서 결국에는 경찰분도 출동을 하셨습니다.

긴장되었던 약 30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사건(?)이 진정 되었는데 같이 일하는 직원분은 아직도 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코로나 사태 후로 쉬는 날 없이 근무했는데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합니다. 마스크 판매가 끝난 후 커피를 한 잔 사주고 진정 시키며 얘기를 들어줍니다. 겉으로는 공감해주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또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이런 일 하려고 공부해서 약사 면허증 땄나'

4시간밖에 일하지 않고 집에 왔는데 방전되어서 아이와 놀아주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누워서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로 말씀을 한 번 더 듣습니다.

우리가 예배를 얼마나 갈망하는지 그러나 교회로서 선한 영향력을 위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떠올립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감사하다는 인식조차 없이 부족함 없이 원하는 물건을 마음껏 사고 쓸 수 있었던 그 동안의 모습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마스크 하나 때문에 인심이 이렇게 고약해지고 날이 선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인간이 그렇게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풍요를 누리게 하실 수도 있고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누리지 못하게 하실 수도 있는 분입니다.

그 동안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들을 얼마나 당연하게 여기고 살았는지 사람들이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런 것 하려고 공부했나 하는 거만한? 마음도 죄라는 걸 깨닫습니다.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묵묵히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엄마가 아이의 마스크를 사려고 아이를 등에 업고 왔습니다. 본인 신분증이 없어서 원칙대로라면 마스크를 판매할 수 없습니다.

엄마에게 조용히 주민등록번호를 묻고 조회해 보니 정작 본인은 아이를 보느라 본인 요일에는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 한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본인 해당 요일에 아이 것도 구매 가능하니 다음 주에는 같은 날 두 명 몫을 구매할 수 있다고 안내 해 주며 해당일에 실수로 올리지 않았다는 서류를 작성해서 엄마 것도 두 장 더 챙겨드립니다.

중국동포인데 의료보험이 안 되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의료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에게는 판매하고 의료보험조차 납부할 수 없가난한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판매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슬퍼서 내 주민번호로 구매한 것을 그냥 드렸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줍니다.

원칙이 너무 없는 사람이라 말이 나올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냥 마음 가는대로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나, 은혜의 교회 동역자인 나나 그 사람이나 똑같이 사랑하시니까요. 하나님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니 하나같이 다 안스러운 마음 뿐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동원해 뭐든 다 해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스크 두 장을 팔아도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에 따라 하찮은 일이 될 수도 있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깊이 깨닫습니다.

 

드러나진 않지만

매 순간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셔서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기를

사람들이 이번 기회에 하나님께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그 동안 누렸던 것에 대해 잊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를

앞으로는 사람들이 풍요로움에 묻혀 물건 하나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고 감사하기를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그 분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지난 주에 노발대발 하셨던 어르신께서 이번주에 오셔서 멋쩍은 말투로 “고생하십니다” 라고 인사해 주고 가셔서 “고맙습니다” 큰 소리로 답례하며 활짝 웃습니다^^

 

고난 주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 분의 고통을 생각하면 숙연한 마음과 함께 눈물이 흐르지만,

결국은 부활하신 사실을 떠올리며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내 안에 사랑으로 풍성히 맺혀질 성령의 열매를 기대하며 오늘도 내 마음을 지킵니다.
전체 2

  • 2020-04-09 21:53

    요즈음 코로나 사태로 의료진분들 ..
    약사분들 너무나 고생 많으신거 알고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신 분들의 고충이
    얼마나 클까를 생각하면...
    참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힙니다

    귀한 고백 나눠주셔서 감사드려요 ~♡


  • 2020-04-12 13:07

    지은샘~~~~ 마스크 판매현장까지 출동하시다니!!! 대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