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베개의 소원

작성자
김상희
작성일
2023-08-13 20:23
조회
251
광야에 버려진 돌이 할 수 있었던 일은 비교와 불평이 전부였습니다. ‘왜, 뜨거운 태양, 자유로운 구름이나 바람, 높은 곳에 떠 있는 별, 예루살렘 성전의 돌이 되지 못하고 외면당한 보잘것 없는 돌이 되었는가?’라는 원망을 하며 탄식과 슬픔의 날들을 보냈습니다.

날카롭고 모난 것이 없이 매끄러운 외모를 가진 그의 장점조차 알아보는 이가 없었으나, 야곱의 세련된 안목과 섬세한 선택에 의해 그는 일으켜 세움을 받아 베개돌이 되어, 언감생심 하나님 성전의 기둥이 될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가 베개돌이 되고 기둥이 될 것이라는 기쁨보다 더 놀랍고 감격스러운 것은, 하나님이 과거에도 그와 함께 하셨다는 사실입니다.

광야에 혈혈단신으로, 외로움과 치열하게 싸우며 절규할 때, 삶의 이유와 목적도 모른 채 끝도 없이 방황할 때, 열등의식에 압도되어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할 때, 모두가 나를 버리고 잊은 것 같았던 그 때에도 하나님이 내 고통을 들으시며 나와 함께 하셨다는 그 사실에 돌베개는 감동의 눈물을 흘립니다. 무지한 자는 스스로 일어서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깨달음도 혼자 얻지 못합니다ㅜ.ㅜ 꼭 목발이 있어야 탄력을 받아 일어나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되지요.

야곱의 선택과 뜨거운 눈물로 새롭게 태어난 돌베개에게 하나님 성전의 기둥이 되고 싶은 소망이 생겼습니다. 이제 겨우 일으켜 세움을 받았는데 거창한 꿈을 꾸는 것이 교만일 수 있으나 어렵게 용기를 냅니다. 그러나 기둥이 되지 못해도 됩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셨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함께 하심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하나님의 성전을 항상 바라보는 것으로도, 기둥이 아니라 다른 작은 것으로 쓰임 받아도 충분히 행복할 것입니다.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라는 욥의 고백 처럼, 제 마음이 향하는 곳, 원하는 것, 소원하는 것을 주님이 아시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하지요.

감동을 선사한 귀한 말씀이, 막바지 무더위를 넉넉히 이길 수 있는 동력이 되길. ‘가을은 제2의 봄(by 알베르 카뮈)’이라 하니, 가을에는 다시 봄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더욱 말씀을 사모하게 하시길 기도합니다. 새로운 소원을 주시는 하나님, 목사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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