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안다고 생각했다

윤휘종 윤휘종
작성일 2020-11-22 19:23
조회 88
카테고리 일반
<길을 안다고 생각했다>

미세먼지가 사라진 토요일 오후, 바람도 쐴 겸 자전거를 타고 송도로 떠났다.

송도까지의 여정은 순탄했다. 자전거 길이 잘 정비되어있어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 노래방이 폐쇄된 코로나 시기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이리저리 자전거를 탄 후, 돌아갈 시간이 되었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 노래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핸드폰이 꺼진 것이다. 그래도 당황하지는 않았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되겠지’라 생각했다. 돌아가던 중, 더 지름길 같이 보이는 길을 발견했다. 좀 더 빨리 집에 가려는 마음에 그 길로 빠르게 달렸다. 빠르게 페달을 밟아 도착한 결과, 막다른 길과 마주하게 됐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힌 길이었다.

처음 왔던 길을 되돌아갈 때엔 익숙한 건물이 있어 그 주변을 기준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잘못 길을 들어선 이후, 나는 내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사방이 온통 모르는 건물이었다.  아무리 달려도 내가 가야할 길과는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처음엔 느껴지지 않는 당혹감이 내 머리를 휩쓸었다. 밤이 깊어가자 날은 더 추워지고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새벽부터 일찍 운동을 해서 체력은 바닥난 상황이었고 새벽부터 렌즈를 착용했기에 눈까지 건조했다. 더군다나 점심에 먹은 음식이 소화가 안되어 배까지 아파왔다. 체력이 이미 방전된 상태에서 알 수 없는 길을 마구 달리니 구토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함을 느꼈다. 인천 사람이 다른 곳도 아닌 송도에서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 창피하여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이 상태론 그대로 다음날 주일예배를 드리게 되었으니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편의점에 들렸다. 운(?) 좋게도 천사같은 알바생이 자신의 핸드폰 충전기를 빌려줬다. 놀랍게도 그 알바생은 나와 같은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이었다. 만약 아이폰 충전기가 없었다면, 나는 또 다시 다른 편의점으로 이동했어야 할 것이다. 알바생에게 사례하겠다고 계좌번호를 물었으나 그녀는 괜찮다며 거부했다. 마침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다고 해서 우산 하나 사드렸다. 민망스럽게 그 편의점에서 40분간 핸드폰을 충전한 후, 구글지도를 켜서 길찾기를 시작했다. 내가 가야할 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바로 코 앞에 놓여있었다. 바로 앞에 길을 놔두고 이상한 곳을 헤맨 것이다.

올바른 길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길을 모른채 헤맬 때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으나 길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길의 길이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길을 아는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겨우 송도에서 이런 필요 없는 고생을 한 내가 미련스러웠으나,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길을 모를 때는 열심히 가야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먼저 길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가봤자, 잘못된 길이라면 결국 돌아올 때 더 멀리 먼 거리를 돌아와야한다는 것이다. 나는 길을 몰랐다. 그러나 이 길이 맞다고 착각했다. 그 결과 엉뚱한 길만 반복해서 돌고 있었다.

인생의 길을 모를 때 하나님께 물어야 한다. 가장 위험할 때가 자신이 길을 안다고 생각할 때이다. 지금 이 길이 하나님의 길이라 착각할 때이다. 하나님께 우선 길을 여쭙고 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야할 길과 점점 멀어질 뿐이다. 돌아보면 하나님의 길이라 착각할 때가 많았다. 내 욕심, 내 생각의 길을 많이 걸었다.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알려주신 길을 걸으면 편하다. 똑같은 힘을 내야하지만, 지도를 보면 힘내서 갈 수 있듯이, 하나님께서 알려주신 길로 가면,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힘들지 않게 길을 지날 수 있다.

당신은 지금 하나님께서 알려주신 길로 걷고 있는가? 이 길이 맞는지 하나님께 매 순간 물어야 한다. 왜냐하면 신앙은 경력, 경험, 습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하나님께서 새롭게 응답하실 수 있다. 항상 하나님께 물음으로 자신의 길을 점검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로 달려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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