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철학함 -'푸르다'는 초록색을 가리킬까, 파란색을 가리킬까-

윤휘종 윤휘종
작성일 2020-06-19 20:35
조회 117
카테고리 일반
최근 인터넷에서 '푸르다'란 단어와 관련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푸르다'가 초록색을 의미하는가, 혹은 파랑색을 의미하는가이다. 

나는 '푸르다'가 초록색이나 파란색, 둘 중에 하나를 가리키는 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푸르다'는 특정한 색깔에 대한 뜻이 아닌, '숭고미'와 관련한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숭고미란 아름다움을 다루는 칸트의 판단력 비판에 나오는 개념이다. 칸트에게 아름다움이란 외부의 사물에 의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쾌이다. 그 중에서 숭고미란 위대한 자연의 경관에 의한 경이로움, 경외심을 가리킨다.

칸트는 상대적으로 큰 것이 아닌, 절대적으로 큰 것을 숭고라 말한다. 절대적으로 크다는 것은 다른 것과의 비교를 넘어선다. 따라서 상대적인 것, 비교가능한 것, 작은 것은 숭고미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숭고미란 우리의 눈에 다 담겨지지 않는 대자연에 의해 불러일으켜지는 감정이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초록색 필통을 보고 푸르다고 하지 않고, 파란색 수건을 보고 푸르다고 하지 않는다. 푸르다는 일반적으로 싱그러운 나무로 가득찬 숲, 폭포가 흘러내리는 계곡, 혹은 별이 쏟아질 거 같은 밤하늘(푸른 하늘 은하수)이나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볼 때 사용된다.

그러므로 푸르다를 특정한 색깔에 관한 단어가 아닌, 자연에 의해 우리 마음 속에 일어나는 감정에 대한 단어로 간주한다면, 초록색을 가리키든, 파란색을 가리키든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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